서촌사람 인터뷰① 이윤정
'스튜디오 시선'의 이윤정 대표와 2021.3.24 인터뷰 후 주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서촌 옥인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시선'은 바라보아야 할 것을 추구하는 도자기 공방입니다. 인물 사진 노출을 좋아하지 않아 그녀의 반려견 '코코'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이윤정 대표는 쇼룸 방문이나 도자기 클래스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목차 =
■ 서촌
■ 스튜디오 시선
■ 오브제 또는 제품
■ 도자기 클래스
■ 개인 작업
■ 보안담당 코코
■ 인터뷰를 마치며
■ 서촌
(서촌의봄)
이윤정 대표에게 서촌은 어떤 의미가 있죠?
(이윤정)
신혼 집을 구하면서 처음 서촌에 왔어요. 12년, 13년 전이었어요. 지방이나 시골 같은 느낌이었어요. 마을버스도 다니고 어린 시절 보던 것들, 오래된 세탁소 등이 남아있고요.
(서촌의봄)
도시에서만 사셨나 봐요?
(이윤정)
서울에서 살았는데 서촌은 안 와봤어요. 남편은 그때 이미 서촌을 좋아하고 있어서 저를 데려온 것 같아요. 다행히 자금에 맞는 집이 나와서 당일 계약을 했어요. 집주인 분과 집 상태가 너무 좋았어요. 살면서 서촌이 좋아졌죠.
뭐라 얘기하기는 애매한데요 동네 분들이 어렸을 때 이웃같이 편안했어요. 서촌이 늦게 다녀도 안전하잖아요? 세탁소나 쌀 집 등이 늦게 까지 문을 열었어요 11시 12시 까지요. 혼자 다녀도 늘 아저씨들이 계시고 또 분위기가 제가 살던 서울에서 느끼지 못한 요소들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수성동계곡이 없었어요. 대신 옥인아파트가 있었는데 인왕산이나 부암동과도 연결되고 나름 재미있었어요.
서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무렵이 상업적인 것들이 많아지던 시기였어요. 트레이닝복에 세수도 안하고 다니다가 길거리에 나가니 (웃음) 관광객들이 많이 오시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죠. 단골 세탁소 아저씨가 계셨는데 카페가 들어오면서 문을 닫고 나가시기도 하고요.
(서촌의봄)
그런 점포들이 많죠.
(이윤정)
네 그런 점포를 볼 때마다 속상하고 좋아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없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전세나 집값이 올라가면서 경기도로 이사를 가서 살게 됐죠.
그 후로 남편이랑 서울에 일 보러 오면 꼭 서촌을 한번 돌고 갔어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여기가 내 집 같고 우리 집이 어딘가 있을 것 같고 언젠 가는 다시 서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남편이 직장을 서울역 쪽으로 옮기게 되어서 출퇴근 하기 힘들기도 하고 그때 저는 경기도에서도 도자기 수업을 했었는데 작게 나마 쇼룸을 열어보고 싶었어요. 또 서울에서 편히 누렸던 박물관이나 미술관 고궁 그런 것들이 일부러 나와야 하는 것들이 되어 버렸는데 정서적으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아니면 못하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상의해서 서촌으로 다시 오게된 거에요.
생각만 해도 되게 좋더라고요. 정작 올 때나 와서도 많이 힘들었는데 서촌에 다시 온 지금은 좋아요. 무언가를 안하고 사는 것 만으로도요. 산책하고 동네 놀러 다니고 굳이 핫플을 가지 않아도요.
(서촌의봄)
다른 건 모르겠는데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기는 확실히 좋은 것 같아요.
(이윤정)
맞아요. 미세 먼지 있을 때도 훨씬 좋고요.
동네 분들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서촌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저희 회원분들 중에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서촌이 너무 좋아서 오시는 분들이에요. 제가 서촌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구나 (웃음) 느껴요. 사람들이 뭔지 정확하게 얘기를 못하고 또 느끼는게 달라도 서촌에 대해 좋아하는 감정은 비슷하구나 느껴요. 인연이 된다면 계속 서촌에서 살고 싶어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겠지만요.
■ 스튜디오 시선
(서촌의봄)
이름이 '스튜디오 시선'인데 소개를 부탁 드려요.
(이윤정)
도자기를 전공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까 소비자들과 친숙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도자기 수업에서 시작해서 쇼룸으로 확장된 거죠.
세상에 예쁜게 많은데 예쁜 것을 만들어 보여드린다 보다는 다른 쪽으로 접근해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시선의 태그라인이 '바라보아야 할 것들을 만듭니다' 인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놓치거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렸던 것들을 리마인드 해줄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꼭 도자기 뿐 아니라 좋은 작가 분들이나 예전의 좋은 물건들을 찾아 보여드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시선'이란 이름도 그런 의미인데요 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여유롭게 시선을 갖기보다 쫓아가거나 시간에 밀려가고 있는데 새로운 생각과 시선의 방향을 제안하고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요.
(서촌의봄)
'시선 바라보아야 할 것' 으로 표현하셨는데 그것이 예를 들어 아름다움인가요?
(이윤정)
아름다움에 국한되지는 않아요. 아름다움 뿐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도자기를 통해 얘기하고 싶어요. 물론 그릇이나 오브제가 물건으로서 매력적이어야 하는 것은 맞아요. 다만 도자기도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로 보고 작업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다양하죠. 여러가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다 보면 바라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반면 그 외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에요. 어떤 하나가 좋게 보이면 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쫓아가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요. 다양한 방향에 시선을 두고 싶어요.
우리나라 미술이나 골동품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해외에 있는 것들에 대해 가치를 높이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는데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아름다움이 물건만의 특징도 아니고요. 색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시선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서촌에 대한 얘기도 도자기를 통해서 풀어보고 싶어요. 사회적인 문제도 친숙하게 제 나름의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서촌의봄)
아름다움 뿐 아니라 가치 있는 것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단 말씀이시죠?
그럼에도 아름다움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윤정)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보면 형태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건 예술로 비유하자면 시각적인 것도 포함되지만 나한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감정적인 것도 포함되고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고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들, 만든 사람이나 그린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을 향해 들어가 있는 작업과 그 결과물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서촌의봄)
아름다움이란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또는 정서적인 부분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이해하겠습니다.
■ 오브제 또는 제품
(서촌의봄)
제가 보기에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자체 제작하시는 것들이 있고 국내외 제품을 구입해서 판매하는 부분이 있는데 소개를 부탁 드려요.
(이윤정)
소개를 드리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을 많이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쇼룸을 운영하는 것도 아직은 부족하다 보니까요. 제가 시간을 내서 만드는 제품은 그릇보다는 인테리어에 쓰이는 소품들이 많아요 화병 같은 것이죠. 비중을 따지면 그릇은 좀 적은 편이에요.
국내외 작가 분들의 작품이 참 좋다고 생각하면 구해오고 그 외 국내외 빈티지 제품들에 관심이 많은데 예전부터 찾아보던 것들을 구입하는 편이에요.
촛대를 만들면 거기에 맞는 초를 구입한다든지 하고 있어요. 초 같은 경우는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연소가 되는 물질이 사람에게 해가 없을 제품을 사오는 편이에요. 인센스홀더도 만들기 때문에 인센스제품(향초)도 함께 구매하면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테스트 후 선호하고 불편함이 없는 제품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 도자기 클래스
(서촌의봄)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핸드빌딩 위주의 도자기 클래스를 표방하고 있는데 커피로 치면 핸드드립 같은 건가요?
(이윤정)
비슷해요. 핸드드립도 바리스타분이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필터를 이용해서 내리잖아요. 도자기라고 하면 전기물레 돌리는 걸 많이 생각하시죠?
(서촌의봄)
네 영화가...
(이윤정)
네 사랑과 영혼 얘기 많이 하시죠. 전기물레를 쓰지 않는 파트를 핸드빌딩이라고 해요. 제 주 전공이 전기물레가 아니라 핸드빌딩이에요. 물레 수업도 문의가 많이 들어오긴 해요. 처음 배우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전기물레를 하면 굉장히 어렵고 흥미가 떨어질 수 있어요. 핸드빌딩으로 시작해 전기물레는 차츰 하는 게 좋아요 .
핸드빌딩은 말 그대로 전기물레가 아니라 내 손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작은 물레 위에 흙을 놓고 그걸로 만드는 작업이에요. 어린이부터 연령 층 높은 분들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요. 전기물레는 아이나 연세 있는 분들에게는 다소 힘들어요. 핸드빌딩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충분히 조절해가면서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도자기 수업 진행을 핸드빌딩 위주로 하고 있어요.
(서촌의봄)
제가 알기로 도자기 수업이 정규 클래스(처음 배우시는 분, 어느 정도 배우신 분), 원데이 클래스 정도인데 향후는 계획이 어떤가요?
(이윤정)
정규 수업은 지금처럼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만드는 수업이 될 것 같아요. 커리큘럼을 딱 짜서 그대로 가기보다는 기본은 있되 원하시는 그릇 등을 만드는 방식으로 갈 거에요.
원데이 클래스는 주제를 정하고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풀어낼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준비 중이긴 한데 환경이나 업사이클링(중고제품의 재활용)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해볼 생각이에요. 도자기는 구어져 나온 상태에서 변형을 준다는 게 쉽지 않긴 해요 종이나 나무 같지 않아서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집에 쓰지 않는 도자기들이 많으니까 그런 것들을 가져와서 샘플 등을 보면서 그 위에 할 수 있는 도자기 업사이클링 수업을 준비 중이에요.
■ 개인 작업
(서촌의봄)
도자기 수업이랑 쇼룸을 운영하시는데 개인 작업은 언제 하고 또 어떤 걸 만드시나요?
(이윤정)
저도 결혼하고 가정이 있다 보니 주부들이 하는 일, 청소 빨래 이런 걸로 오전 일과를 보내고 수업이 있는 날에는 오전 수업을 해요. 오후에는 쇼룸을 운영하고요. 그래서 개인 작업은 저녁에 주로 해요. 중간에도 하지만 쭉 연결해서 작업하는 편이어서 저녁 5시나 6시부터 자정 또는 자정 넘기면서 어떨 때는 새벽까지요.
요즘 체력이 너무 딸려서 (웃음) 힘들긴 한데 예전에 팔 생각이 없을 때는 제 마음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판매를 염두에 두면서 소비자 분들을 생각할 수 밖에 없거든요. 판매를 하는 쇼룸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만들었을 때 관심 있게 봐줄지 사람들이 요즘은 무엇을 느끼고 싶어할까 라는 고민을 해요. 단순히 예쁘다고 생각해서 가져가는 물건도 있겠지만 생각할 수 있는 물건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의미로 만들었을까 궁금할 수 있는 물건이요 .
그래서 그릇들도 예전에 비해서는 좀 더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제가 좋아했던 것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도자기 오브제 말고 실용적인 그릇이나 컵, 잔도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풀어가는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까 오히려 사고가 넓어지는 느낌도 들어요.
■ 보안담당 코코
(서촌의봄)
'스튜디오 시선' 사이트에 보니까 보안 매니저가 있어서 누군가 봤더니 이름은 '코코', 나이는 세살, 몰티스, 성별은 안 나와 있네요?
(이윤정)
남자에요
(서촌의봄)
제가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보안 매니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아요 (웃음) 낯선 사람 오면 짖고. 혹시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최근 근황을 알려주세요.
(이윤정)
코코는 유기견이에요. 코코 전에도 한 아이를 키웠는데 하늘로 갔고 그 아이도 유기견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많이 키웠어요. 결혼하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는데 유기견을 입양했던 언니가 유기견을 한번 입양해보면 어떻겠니 해서 키우게 된 건데요 너무 쉽지가 않았어요.
지금은 유기견에 대한 정보도 많고 개통령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그때는 유기견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애를 키웠던 거에요. 유기견도 비슷하겠지 생각했는데 너무 달랐고 감정적으로 힘들었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가족의 도움도 받으면서 키우다 보니 신기한 게 아이가 바뀌는 게 보였어요. 변화하는 게요. 제가 잘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거기서 얻는 기쁨들이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었어요. 그 아이를 키우며 제 삶의 어떤 부분이 변화했어요. 점점 비건패션(동물성소재 없이 만든 옷)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도 그 애로 인한 거에요.
첫 번째 아이가 아파서 하늘로 가게 되고 많이 힘들다가 코코를 입양하게 된 거에요. 유기견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기견을 입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코코가 처음 왔을 때는 말을 못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은 엄청 짖지만요. 저희랑 2년 됐는데 안정되는 시기가 지나고 친해지니 원래 성격이 나와요 엄청 짖고. 처음에는 식성이 까다로운 아이였는데 지금은 잘 먹고 잘 쉬고 그래요.
서촌이 인왕산도 있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잖아요? 서촌으로 온 이유 중 하나도 코코가 산책이나 외부 활동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지금 저희 집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서촌의봄)
예전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있었다면 치유가 되었다는 건가요?
(이윤정)
그런데 상처가 사랑을 받은 만큼 회복도 빠른데 안되는 부분도 있구나 하는 것을 코코를 보며 느껴요. 예전의 트라우마가 대체로 극복된건 맞는데 아직 남아있다 나올 때가 있어요. 마음이 안 좋죠. 사람이 동물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게 굉장히 크다는 걸 느껴요. 동물들은 말을 못하니까 행동이나 표정으로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그런 걸 유심히 보게 되니까 사람보다 집중해서 보게 되는 부분은 아직도 그런 것들이 남아 있구나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구나 그런 걸 보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물 학대 부분은 굉장히 속상하죠. 단순히 동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감정이 풍부하고 다 느끼는 아이들이니까요. 현재는 너무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 인터뷰를 마치며
흔쾌히 인터뷰를 해주신 이윤정 대표에게 감사하고 더불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전문 인터뷰어가 아니어서 부족함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보다 숙련되었을(?) 미래에 한번 더 인터뷰를 하면 좋겠습니다.
'스튜디오 시선'의 최근 도자기 클래스 포스터를 첨부하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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