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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비트

서촌의봄



서촌사람 인터뷰⑤ 최근우


서촌에서 거주하고 일도 하는 오프비트 '최근우' 대표와의 인터뷰입니다. '오프비트'는 서촌 옥인동에 위치한 사진 스튜디오입니다.



= 목 차 =


■ 서촌


■ 오프비트


■ 사진 또는 비주얼 스토리텔링


■ 최근우에 대하여


■ 미래


■ 인터뷰를 마치며



 


■ 서촌





(서촌의봄)


처음 질문은 서촌에 대해서입니다. 처음 서촌을 알게 된 것이 언제쯤인가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최근우)


서촌은 상당히 생소한 곳이었어요. 서촌은 경복궁역에 왔을 때 기껏해야 대림미술관이라든가, 경복궁역에서 내리면 큰길에 있는 가게들 있잖아요?


(서촌의봄)


아 네


(최근우)


그 정도가 전부였고. 서촌에 사는 사람들이나 일하는 사람들이 일컫는 자하문로, 필운대로, 이런 건 잘 몰랐어요.


(서촌의봄)


대학교 때 말씀하시는 건가요 주로?


(최근우)


20대 후반까지도?


(서촌의봄)



(최근우)


‘오프비트’를 처음에 시작한 곳이 필운대로에 있는 무목적(건물이름)이란 곳인데, 거기 2층이 사진관이었어요. 그때 그 스튜디오가 가끔 행사를 했어요. 행사할 때 가서,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보니까. 행사 참여도 하고. 할 때마다 스튜디오를 오잖아요? 택시 타고 오든, 걸어오든 했는데. 그냥 뭔가 묘하게 평화로운 감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서촌을 알게 됐던 게 아닌가 싶고..


(서촌의봄)



(최근우)


그 외에는 서촌에서 하는 전시나 음식들 그리고 통인시장 정도? 살면서 이따금 한 번 정도는 가보게 되는 곳들 있잖아요? 그런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냥 멋진 곳, 인왕산이 있다 정도였어요.

스튜디오 매물을 찾는다는 것은 제 업에서 다음 단계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진지한 주제잖아요? 그 주제를 선택할 때 서촌이라는 동네에 뭔가 꽂히게 돼요. 제안도 있었지만, 여러 군데 매물을 보면서 깊은 고민을 하다가. 사진을 할 때 생각하는 방향을 여기서 펼쳐볼 수 있겠다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되죠. 그게 뭐였을까에 대한 생각도 지내면서 구체화하긴 했는데..


(서촌의봄)


그게 언제쯤인가요?


(최근우)


21년도에요.


(서촌의봄)


그러면 21년도에 서촌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오픈하신 거네요?


(최근우)


네. 5월 31일 계약하고 7월 2일이 오픈이었거든요. 21년 여름?


(서촌의봄)


네 알겠습니다. 처음 질문이라서 그 정도까지 하고 나중에 관련된 질문이 있으면 더 여쭤보겠습니다. 서촌에 대한 두 번째 질문입니다. 거주와 일을 모두 서촌에서 하는데, 지내보니 서촌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사전 인터뷰에서는 서촌 사람들의 평화로움, 자연스러움, 다정함, 호기심의 결을 이야기 했습니다. 삶의 템포가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도 얘기했고요.


(최근우)


마음이 모이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어떤 곳을 가든 그곳에서 거주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곳이 있거든요. 가령 길가가 좀 정돈이 돼 있어요. 그 뜻은 이곳을 주요 활동지로 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잘 가꾼다는 말이잖아요?


(서촌의봄)


그렇죠


(최근우)


서촌이라는 곳은 어떤 느낌이었냐면,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이든 일하고 있는 사람이든, 이 동네만의 특유의 무언가가 좋아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서 온 거니까 조금이라도 더 동네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는데, 그게 묘하게 느껴지는 동네였어요. 뭐라 한마디로 딱 표현하기가 어렵거든요.

서촌을 좋아하는 분들께 서촌이 왜 좋아요? 물어보면 정말 많은 답변이 나오는 거 아시잖아요? 저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죠. 사전 인터뷰에서 말씀드린 것과 똑같은데. 평화롭고 자연스럽다. 다정하다. 사람들이 이곳에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동네의 정취, 사람들의 마음이 좋아서 오신 분들이..


(서촌의봄)


분량상 이쯤에서 끊고요 (웃음)


(최근우)


서촌이라는 동네는 여기가 좋아서 오신 분들이 많은 느낌을 받는다고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촌의봄)


네 알겠습니다. 서촌에 대한 세 번째 질문을 드릴게요. 좋아하는 서촌의 장소가 있으면 한두 곳 소개해주세요.


(최근우)


좋아하는 서촌의 장소는 인왕산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고요.



(서촌의봄)


자주 가시나요?


(최근우)


자주 가지는 않고 매일 바라본다가 가깝습니다.


(서촌의봄)


자주 가는 인왕산의 장소도 있나요? 초소 카페도 있고 그러던데?


(최근우)


살고 있는 데가 수성동계곡 초입이다 보니까, 인왕산의 입구에 맨날 드나든다가 가까울 것 같고요. 산의 공기와 정기의 일부를 가까이하고 있다 정도이고. 산에 올라가는 거는 드문데 산을 끼고 지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산과 함께 하는 느낌을 받죠.


(서촌의봄)


요즘은 겨울이라서 올라가기도 어렵잖아요?


(최근우)


어렵죠. 한군데를 더 뽑자면 이게 웃긴 말이긴 한데 ‘오프비트’를 좋아합니다.


(서촌의봄)


하하하


(최근우)


그리고 또 하나 더 뽑자면 집을 좋아해요 (웃음)


(서촌의봄)


살고 있는 집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최근우)


살고 있는 집이 좋은 거는 많은 고민 끝에 어렵게 얻게 된 집이기도 하고. 뷰가 하나는 숲, 하나는 도심이 나오거든요. 서촌은 도심과 자연을 둘 다 가진 정말 귀한 곳이잖아요? 전망 두 개를 동시에 갖고 있다 보니까 서촌답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서촌의봄)



(최근우)


수성동계곡 쪽이 좀 높잖아요? 서촌을 한눈에 바라보게 되는데, 그게 좋아서 늘 집에서 동네를 봅니다. 날씨를 보고, 하늘을 보고..


(서촌의봄)


알겠습니다. 서촌에 대한 마지막 질문입니다. 주민이자 사진작가로, 서촌과 관련하여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최근우)


제가 살면서 관찰하고 바라본 서촌의 기록을 가지고 서사를 한번 풀어보고 싶다고 생각해보죠. 전시든, 작은 사진집 같은 게 될 수도 있겠고. 아직 시기적으로 봤을 때 한참 이른 것 같고. 저도 동네를 알아가는 중이고..


(서촌의봄)


서촌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가끔 사진전 같은 것도 할 것 같은데. 서촌을 주제로 한 사진전은 아직 진행을 안 하셨다는 얘기인가요?



(최근우)


네. 2년 전 사진전을 할 때 서촌의 인왕산을 주제로 5점 정도만 사이드로 한 게 있는데. 그 외에는 서촌이 이렇다고 하기에는 저도 시간이 아직 부족하니까


(서촌의봄)


처음 오프비트를 오픈한 게?


(최근우)


2021년이요.


(서촌의봄)


꽤 되셨는데요.


(최근우)


그렇긴 한데, 지금까지 오프비트 운영하면서 일하느라 바빴어요. 동네 좋아하는데. 집 스튜디오, 집 스튜디오 하면서 일만 하는 소상공인의 삶을 살고..


(서촌의봄)


지난번에도 잠깐 말씀드렸는데. 이중섭 화가가 서촌 누상동에 6개월 정도 거주를 했었어요. 지금 대표님의 집에서 빨리 걸어가면 2~3분 거리 일거에요 살던 집이. 거의 방에서, 나중에 편지 같은 걸 보니까,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렸는데. 그런데도 인왕산에는 매일 같이 올라간 것 같더라고요. 그때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수성동계곡에서 목욕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최근우)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스튜디오가 조금만 더 자리를 잡으면 하고 싶은 게 많기는 한데. 우선은 할 소임을 다하는 걸로


(서촌의봄)


‘오프비트’ 새로 옮겨온 이 곳을 음악공연의 장소로도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으시던데?


(최근우)


맞아요. 공연을 지금까지 3번 정도 했어요.



(서촌의봄)


이 공간에서요?


(최근우)


네. 오프닝 할 때 두 차례를 했었고. 기획공연 첫 번째 잘 마쳤고. 기획공연 두 번째가 15일 펼쳐집니다. 내년에도 몇 개 더 예정되어 있고. 힘 닿는 대로 좋은 문화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서촌의봄)


그게 음악공연인가요?


(최근우)


꼭 음악만 한정된 건 아닌데요. 음악이 공연 성격으로 여기 잘 맞는 것 같고. 무용이 될 수도 있고, 연극이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봤을 때는 몇 개 더 했네요. 뮤지컬 리딩도 했었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퍼포먼스 한 것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하기에 정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서촌의봄)


사진과 관련된 것 플러스 지금 말씀하신 분야와 관련한 서촌에서의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이해하겠습니다.


(최근우)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관찰하게 되는데. 관찰을 한다는 것은 이런 것도 있다는 걸 깨닫는 거잖아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세상에 좋은 게 많더라고요. 음악도, 공연도 그렇고요. 이런 것들을 좀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서촌의봄)



(최근우)


특출한 재능을 가진 분들이 무대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촬영하는 곳은 필연적으로 무대가 되거든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게 있으면 같이 재미있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도 의미 있고 그분들에게도 뜻깊은 특별한 시간을 같이 만들어 본다는 의미가 크고요.

서촌에 문화공간이 많잖아요? 전시하는 곳은 많은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 그런데 퍼포먼스를 풀어내는 공간은 드물..


(서촌의봄)


공연장이요?


(오프비트)


맞아요. 저희랑 공연하시면 좋은 것은 양질의 기록이 남아요. 저희는 기록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서촌의봄)


네 그러겠네요.


(최근우)


전통적인 공연장의 권위를 내려놓고 좀 새로운 방식으로 하려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공연장이 객석과 무대가 일대일로 돼 있잖아요 보통은? 근데 저희는 무대가 있으면, 객석이 양방향으로 나뉘는 게 하나가 있고. 심지어 여기를 무대로 삼을 수도 있어요. 객석을 저쪽으로 보내고요. 그렇게 뭔가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탐구해보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여러 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서촌의봄)


사진 스튜디오로 쓰는 무대를 전문 용어로 뭐라고 하나요?



(최근우)


‘호리존’이라고 보통 부르는데. 저희가 왜 무대냐고 일컫냐면요. 단이 하나가 있습니다. 십 센티미터 정도의 단이 보이시죠? 거기에 올라서는 순간 무대라고 보는 거죠. 자동 커튼도 달아놓고, 조명도 그렇고. 공연장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게끔 설계된 것이 있다 보니까.

사실 무대는 삶 자체가 무대인 것 같아요. 우리가 무대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촌의봄)


무대 높이가 좀 낮아서 그렇지. 뭐 연극무대라고 해도


(최근우)


네 훨씬 더 가깝기도 하고요. 창작에 대한 괴리를 가깝게 삶으로 가져오는 거죠. 스튜디오라는 말 자체가 원래 창작공간에 가깝거든요. 보통 우리는 음악 스튜디오, 사진 스튜디오 이런 식으로 좀 더 구체화해서 생각을 범위 내로 좁히는 경우가 있는데. 스튜디오는 창작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서촌의봄)


제가 직업이 그래서, 외국에서는 스튜디오를 주거용 아파트, 우리나라로 치면. 그런 단어로 많이 쓰더라고요.


(최근우)


맞아요. 그렇게도 많이 쓰죠. 원룸이나 투룸 같은


(서촌의봄)



(최근우)


그래서 저희는 창작적인 것들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 모토입니다.


(서촌의봄)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 오프비트




(서촌의봄)


큰 두 번째 질문으로 지금부터는 운영하시는 사진 스튜디오 ‘오프비트’에 대한 질문입니다. 쉽지 않은 상호여서, 최근우 대표 인터뷰가 포함된 ‘김지은 기자’의 책 <태도의 언어, 헤이북스, 2023.11.30출간>을 인용하여 질문합니다.

책의 작가인 김지은 기자는 오프비트에 대해 ‘엇박과 정박이 교차하고, 혼재하고, 직조하는 삶의 시간에 예상치 못한 시간을 선물해준다는 뜻’이라고 썼습니다. ‘엇나간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대개 쓰이는 ‘엇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진관이란 설명도 덧붙였고요.

당사자로서 동의하나요? 오프비트 이름에 대해서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최근우)


너무 잘 해석해주셔서 감사했고요.


(서촌의봄)


대표님이 말씀하신 거를 받아적거나, 기억했다가 책에 쓰신 것 아닌가요?


(최근우)


그렇지는 않아요.


(서촌의봄)


아 그런가요?


(최근우)


‘오프비트’ 라는 말은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엇박자란 말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시작하거든요. 이것 자체가 저희한테는 좋았죠.

'오프비트' 영어단어의 뜻은 '예기치 않은'. 하나의 뜻이 더 있습니다. '특별함'.


(서촌의봄)



(최근우)


부정적인 것도 사실 특별한 거거든요. 예기치 않은 일이니까요. 근데 삶에서 모든 것들이 다 예견되어 있지 않으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특별한 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프비트란 말 자체는 어 이거 뭐지? 이것조차 오프비트가 되는 거라서.

정의해주신 것처럼, 교차하고 혼재하고 직조하는 삶에서 예상치 못한 무언가인데. 그 예상치 못한 무언가는 특별하다. 특별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인식하기에 따라서. 삶은 늘 좋을 수만도 없고. 늘 안 좋을 수만도 없다고 생각해보게 돼요. 삶은 오프비트 자체인 것 같아요.


(서촌의봄)


두 번째 질문도 유사한 질문입니다. 사전 인터뷰에서 최근우 대표는 ‘삶이 무엇 하나 정해진 게 없고, 그럼에도 삶에는 일정한 박자가 흐르는데, 그 중심을 이루는 것은 정박이 아니라 오히려 엇박(오프비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잘 이해되지 않는데, 왜 그런가요? 정박이 중심이 아닌가요?


(최근우)


삶을 마감할 때 돌아보면 이런 삶이었지! 라고 정의를 내릴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 삶조차 정말 촘촘하게 까보면 엇박투성이거든요. 그 누구도 태어났을 때 이걸 할 거야 해서, 그대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서촌의봄)


제가 이해하기로는 정박도 있고 엇박도 있다 그러면? 비율적으로 정박이 더 많다 하더라도,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게 엇박이 더 많은 기능을 하므로 엇박이 중요한 건가요?


(최근우)


그렇다기보다는 삶의 정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주관의 영역인 것 같아요. 하루에 24시간을 시간이 너무 많다는 사람도 있고, 너무 적다는 사람도 있어요. 절대적인 시간은 공평하지만 인식은 상대적이잖아요? 박자라는 것도 애초에 정의 내릴 수 없는 거예요. 그 말은, 정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서촌의봄)


아..


(최근우)


삶의 박자가 무어예요? 라고 물어보면 보통 이렇게 얘기하세요. 내 삶은 이거인 거 같은데, 이렇게 살고 싶어요. 각가지 얘기들이 나와요. 정박이라는 박자를 하나 고르신 것에서 얘기하다 보면,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엇박들이 숨어있거든요.


(서촌의봄)


..


(최근우)


엇박으로 인해 새로운 정박이 생기고. 또 다른 엇박으로 또 다른 정박이 생기는데.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 박자는 있겠지만. 그건 주관의 영역이고.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느냐에 따라서 선택들로 인해 삶이 지그재그처럼 흘러가잖아요?

엇박도 정박도 사실 주관의 개념에 가까운데. 우리 삶은 어떠하였는지를 기억하게 해주는 장치의 일환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하나의 음악에는 흐르고 있는 중심 박자가 있거든요. 그런데 중심 박자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파생되는 박자들이 있어요. 그게 삶인 것 같아요.


(서촌의봄)


정박, 엇박으로 어느 게 더 많다. 어느 게 더 비율이 높다. 따질 수 없다는 말이네요?


(최근우)


의미가 없습니다. 인식의 차이인 것 같아요.


(서촌의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프비트에 관한 질문을 계속 드릴게요. 오프비트 스튜디오는 어떤 작업을 주로 하나요? 김지은 기자의 경우처럼 인물 촬영을 많이 하나요? 아니면 광고사진 등 다른 분야를 많이 하나요?


(최근우)


스튜디오에서 하는 브랜딩, 그러니까 스튜디오는 이런 걸 한다고 홍보를 하는 것은 인물 촬영이 맞아요. 왜냐하면 스튜디오에서 오프비트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해드리는 촬영은 이거니까요. 포트레이트라고 일컫고 있고요. 프로필이라는 말보다. 포트레이트는 인물과 인물과의 교감 과정에서의 인물사진, 초상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촌의봄)



(최근우)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서촌의 적지 않는 월세와, 직원분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매출 비중에서는 광고나 외부 문화예술 계통의 행사, 혹은 거기에 파생되는 홍보사진 등이 비중이 훨씬 높아요.


(서촌의봄)


매출 비중이요?


(최근우)


네. 광고사진이 큰 건이거나 권위 있는 브랜드면 그만큼 프로젝트가 커지니까, 매출도 커지곤 하는데. 저희 방식을 좋아해 주는 분들은 이렇게 얘기하세요. 오프비트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기민하고, 소통을 많이 하고, 질문을 많이 한다.

저희가 인물 촬영할 때 소통을 많이 하는 것처럼.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도 그들이 뭘 필요로 하고, 우리는 뭘 잘하니까 할 수 있고, 이것이 어떻게 활용될지 여러 파생되는 질문들..


(서촌의봄)


상업 촬영을 진행할 때도 인물 촬영 진행할 때의 방식을 일부 도입해서 한다는 말씀이네요?


(최근우)


고객들이 무얼 원하는지, 고객들은 어떤 걸 하시는지, 이런 것들을 많이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서촌의봄)


개인 인물촬영이랑 상업용 광고촬영이랑 나눠서 본다면 3:7이나 2:8 정도로 상업용 매출 비중이 더 높겠네요?


(최근우)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간혹 그럴 때도 있습니다. 포트레이트가 1:1로 하는 경우들이 있고. 혹은 회사의 팀에서 예를 들어 10명 팀이에요. 팀의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일도 있잖아요? 인물 촬영과 광고의 접점인 촬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촬영들은 도움이 되고요.


(서촌의봄)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최근우)


1:1로 하는 포트레이트를 저희가 너무 좋아하는데. 사실 그 촬영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보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진의 본질을 좀 더 잘 전달해 드리는 저희의 핵심 서비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촌의봄)


다음 질문이 연관된 질문인데요. 사진 작업은 크게 스튜디오 촬영과 현장 촬영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쪽을 더 많이 하나요? 어떤 걸 더 선호하나요?


(최근우)


반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느냐는 사실 답변의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사진을 찍을 수 있기만 하다면, 여기도 좋고 밖도 좋고 다 좋은데. 이쪽에 오실 수 있다면 저희가 생각하는 가치와 서비스를 더 잘해드릴 수 있으니까. 여기에 오시는 것을 요즘은 더 선호하긴 하죠.


(서촌의봄)


스튜디오에서요? 기술적인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어서?





(최근우)


저희가 좋아하고 사용하는 장비들이 여기에 다 있는 게 하나가 있고요. 그리고 이 새 공간은 정말 괜찮은 스튜디오예요. 어떤 촬영도 거뜬히 할 수 있는 정도의 면적과


(서촌의봄)


층고도 높고


(최근우)


저희가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어서. 윤택하고 원활하게 작업하기 위해서 이렇게 만든 게 있다 보니까, 이 공간에 오시는 것을 좋아하고요. 행사나 공연 이런 것들은 당연히 현장이 우선이죠.


(서촌의봄)


현장에 가서 찍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최근우)


그래서 비중을 나눈다기보다는 스튜디오를 촬영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여기를 좀 더 제안을 많이 드리고요. 현장을 가야 할 때는 즐겁게 또 갑니다.


(서촌의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큰 세 번째 질문 들어가겠습니다.



 


■ 사진 또는 비주얼 스토리텔링




(서촌의봄)


쉬운 질문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이 사진을 보다 잘 찍는 비결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풍경이라든가, 비가 올 때, 어둡거나 빛이 너무 많을 때 등 환경에 따른 대처 방법이 궁금합니다.


(최근우)


음..


(서촌의봄)


요즘에는 핸드폰으로도 다들 사진을 찍으니까요. 아니면 디카로 찍든지


(최근우)


이렇게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에는, 비가 오거나 어둡거나 빛이 너무 많거나, 좀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이런 거를 핸드폰이 잘 못 잡았어요. 요즘은 점점 핸드폰이 좋아지면서 이런 상황을 AI가 잘 계산해서 맞춰요. 맞추는데, 우선은 그렇게 생각해보면 좀 좋아요. 카메라가 아직은 완벽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계산을 하니까, 인간의 터치를 좀 넣어주자. 예를 들어 너무 밝게 나오면 딱 잡아 노출만 좀 끌어내려도 어두워지잖아요? 그러면 내가 원하는 밝기로 찍을 수가 있듯이. 그 생각을 조금 더 습관화하는 게 좋아요. 카메라가 만능이 아니다.


(서촌의봄)


그러니까 완전 자동으로 찍지 말고 좀 생각을 해서, 상황에 맞게 주관적인 어떤 개입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최근우)


네. 핸드폰이 맞는 계산을 해주는 게 이제는 수준급으로 올라왔다고 보니까. 피사체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하면 좋아요. 하늘 예쁘네! 하고 찍는 것보다. 하늘 예쁘네! 이렇게 한번 담아볼까? 하면 이미 저절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게 중요합니다. 요즘 카메라도 누구나 갖고 있고, 사진을 찍는 게 너무 쉽다 보니까. 음식이 나왔는데, 이거 이렇게 한번 담아봐야지! 하는 정말 찰나의 생각이 사진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서촌의봄)


..


(최근우)


불친절한 답변일 수도 있는데, 사진은 내가 표현하는 방식대로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사진을 찍기 전에, 셔터를 누르기 전에, 어떻게 담아봐야지 생각을 하는 것과, 그냥 생각 없이 찍는 거랑은 천차만별이에요.

거기서부터 시작하는데, 그 생각이 역으로 질문을 할 거예요. 이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질문을 하게 돼요. 그러면 그 질문에 대한 실천 유무나,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찾아보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수도 있어요. 답변을 찾기 위해서 작가를 찾아가든, 유튜브를 찾아보든 하잖아요? 그게 사진을 잘 찍게 해주는 방법인 것 같아요.


(서촌의봄)


훌륭한 답변인데요 (웃음)


(최근우)


궁금하시면 나름의 전문가니까 저한테 질문을 주시는 것도 가능하겠죠.


(서촌의봄)


네 알겠습니다. 사진에 대해서 계속 질문하겠습니다. 이 질문은 좀 어렵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전 인터뷰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언급하셨고, 관찰의 결과물, 관찰 과정의 일환, 보증수표, 추억, 과거 등도 언급하셨습니다. 촬영 대상의 시간이 흐르지 않게 붙잡아 두는 것인가요?


(최근우)


...


(서촌의봄)


마지막 질문은 잘못된 질문인가요?



(최근우)


아니에요. 사진의 본질은 모든 걸 다 포함하는 거로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진의 본질을 짧게 말씀드리면, 사진의 기술적인 본질은 기록이고요, 사진의 표현론적인 본질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두 가지를 결합하면 과거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되는 거거든요. 그럴 때 사람은 사진을 찍어요. 그게 사진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사진의 본질이 과거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좋은 마음도 있고, 안 좋은 마음도 있고. 어떻게 파생되는지는 사람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보니까, 그 마음을 잘 먹으면 선물도 될 수 있는 거죠. 사진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촌의봄)


음..


(최근우)


사진은 사람의 표현이다. 라고 정의해보겠습니다.


(서촌의봄)


네 알겠습니다. 다음 질문드리겠습니다. 오프비트 스튜디오는 촬영 전 사진작가와 대상 인물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전상담을 통해서 음악템포를 이용하여 사진 촬영 진행 속도를 결정하고요. 맞춤 정장식으로 대상 인물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인물 본연의 모습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전 인터뷰에서는 사진에 사람을 맞추지 않고 사람에 사진을 맞춘다고 표현하셨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템포들을 고객들이 주로 선택하나요? 첫인상과 고객이 선택한 템포가 일치하는 편인가요?



(최근우)


통계를 정확히 내보지는 않았는데요. 사람들이 선택하는 템포는 대체로 빠른 것 같아요. 알레그로가 정말 많아요. 알레그로가 사뭇 빠르고 번화하고 활발한 박자거든요.


(서촌의봄)


120에서 168 조금 빠르게 활발하게


(최근우)


네. 평균선보다 조금 더 높은 박자라고 보시면 되는데. 알레그로가 좀 많아요. 제가 봤을 때도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다 보니까, 한국 자체가 알레그로와 프레스토 사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서촌의봄)


아 네


(최근우)


간혹 여유와 쉼과 낭만을 찾고 싶다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실제로 그렇게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내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박자가 여기라서. 나는 아무리 삶이 바쁘더라도 나만의 템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래서 이걸 선택하는 예도 있어요. 그러면 사실 질문을 정확하게 파악하신 게, 이 질문은 삶에 대한 관점을 물어보는 거거든요.


(서촌의봄)



(최근우)


사람들이 보통 알레그로를 선택하는 것은 지금의 나는 이렇구나가 많아요. 많은 분이 삶에서 성과도 내고, 나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시니까. 나는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 좀 활발하고, 일도 많이 하고, 사람들하고 교류하고. 이런 분들이 많아요.


(서촌의봄)


고객들이 선택하는 템포가 고객들의 첫인상이랑 일치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별로 관계가 없나요?


(최근우)


그건 모르겠어요. 제가 사람의 인상을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여기에서의 대화가 모든 걸 결정해 주다 보니까. 제가 인상을 느낄 필요가 없게 되더라고요.

이런 대화를 생략하면 인상과 그분의 직업, 이런 것만 보고 대충 파악해서 사진을 찍어드려야 하거든요. 근데 여기에서 이 대화를 한다고 보면, 그분이 카메라 앞에 서면 인상이 다 자기가 되어 있어요. 처음에 들어올 때 인상이 아니라. 원래 그 사람이 살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인상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첫인상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서촌의봄)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선입견을 안 품기 위해서


(최근우)



(서촌의봄)


다음 질문드리겠습니다. 이번 질문은 답변이 아주 기대됩니다. 오프비트 스튜디오가 인물 촬영 시 인물과의 사전 교감을 위해 고객에게 하는 질문지를 참고하여 최근우 대표에게 역으로 질문하겠습니다. 역지사지의 심정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고객은 종이에 적지만, 지금은 말로 해야 하니 보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우)


...


(서촌의봄)


첫 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당신의 ‘오프비트(엇박)’를 말씀해 주세요. 긴 호흡의 문장, 간결한 문장, 한 단어 모두 좋습니다. 답변해 주세요


(최근우)


....


(서촌의봄)


답변해 주세요


(최근우)


보통 이 질문을 하면 이렇게 뜸을 좀 들입니다.


(서촌의봄)


하하


(최근우)


저희가 포트레이트 신청하는 분들에게 사전에 이걸 받아요. 한꺼번에 신청서를 받는데. 기억을 잘 못하세요. 기억하는 분도 계시고요.


(서촌의봄)



(최근우)


정말 삶에서 특별했던 엇박이라 한다면은 ‘오프비트’라는 단어를 깨닫고 이 단어에 심취하게 되었던 순간인 것 같아요.


(서촌의봄)


그게 언제인가요?


(최근우)


2018년


(서촌의봄)


아 스튜디오를 오픈하기 전이네요?



(최근우)


네. 저기 책 하나 있잖아요?


(서촌의봄)



(최근우)


그게 오프비트라는 제목이 쓰여 있어요. 학교 졸업하고 나서 스스로에 관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 여행을 해요. 갔다 와서 사진집 프로젝트 클래스를 하나 들어요. 사진 책을 만드는 겁니다. 오랜 고민 끝에 사진들을 엮어서 책을 만들고, 제목을 지어야 하잖아요? 제목을 짓는 게 한참 걸렸어요. 마지막에 뇌리에 꽂힌 단어가 '오프비트' 였어요.

사진들을 엮어 보니까, 사진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오프비트였던 거예요. 제가 살면서 마주했던 뭔가 예기치 않은 특별한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로 책이 한 권 나왔거든요. 그게 오프비트였고. 아 사진은 이런 거구나, 내가 이래서 사진을 하는 거지..


(서촌의봄)


최근우 대표가 출간한 책인가요?


(최근우)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손으로 꿰매서 만든 책이에요.


(서촌의봄)


잠깐 보여 주시면


(최근우)


그럼요. 이게 오프비트라는 책이 되었고, 스튜디오 일주년 전시할 때도 오프비트란 말이 되고, 스튜디오 이름도 되었죠. 오프비트라는 단어가 제 삶과 사진에 대한 작업 방향에서 엄청나게 큰 계기가 되죠.



(서촌의봄)


사전 인터뷰에서 이걸 좀 봤으면 더 좋았을 뻔..


(최근우)


아 그러신가요? (웃음) 너무 학교 책만 보여드렸네요.


(서촌의봄)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이에요?


(최근우)


꿰매서 만들어봤습니다. 연습하듯이 만든 거라서. 언제가 이런 책을 제대로 한번 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반면 이거는 더 갱신된 이야기들이 있어요. 스튜디오를 차리고 난 이후에 찍은 사진들도 있고요. 사진 하나하나에 서사를 풀어낼 수 있는 엇박의 사연이 있어요. 이 사진은 이런 때 찍었고, 왜 찍었고, 이때 제 마음이 어떠하였고, 이때 제 삶의 박자는 무엇이었다. 사진에도 박자를 부여해보게 되고,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가 보려고 하고 있어요.


(서촌의봄)


첫 번째 질문은 질문이랑 답이 같네요. 당신의 오프비트는 오프비트다. 그렇게 정리하겠습니다 (웃음)

두 번째 질문입니다. 삶에서 가장 특별한 당신의 음악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우)


재밌네요 이게. 질문을 똑같이 해주시니까 (웃음) 너무 재밌는데


(서촌의봄)


하나를 고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최근우)


스튜디오에서 첫 번째 기획공연을 한 게 ‘강백수’라는 아티스트의 공연이었어요. 강백수의 음악 중에 '24시 코인 빨래방' 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서촌의봄)


24시 코인 빨래방?


(최근우)


이 음악을 왠지 모르게 삶에서 좀 힘든 일이 있거나 울적할 때마다 듣게 돼요. 이 곡이 보시면 아시겠지만, 24시 코인 빨래방은 늘 윙윙 돌아가거든요. 삶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서촌의봄)


곡을 부르신 분이 오프비트에서 공연을 하셨다고요? 인디가수시겠네요?


(최근우)


맞아요. 시인이기도 하고 가수신데. 노랫말이 너무 좋아요. 24시간 코인 빨래방이 윙윙 돌아가네. 이게 삶처럼 자조하는 그런 건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삶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꼭 이분을 여기 모셔야겠다고 팀원들에게 설득해서 모시게 된 건데..


(서촌의봄)


최근에 공연했었나요?


(최근우)


네 얼마 안 되었어요. 이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저희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오늘내일 정도에 올라가거든요.


(서촌의봄)



(최근우)


삶은 계속 윙윙 돌아간다는 말이어서. 최근에는 이 곡을 꼽아볼 수 있을 것 같고. 근데 사실 좋아하는 음악이 많아서, 최근에는 이 곡을 뽑겠다


(서촌의봄)


네. 세 번째 질문입니다. 현재 당신 삶의 운율(비트)은 어떠한가요? 미래는 어떤 운율로 살아가고 싶은가요?

※참고로 오프비트 스튜디오에서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운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라르고(40-60)’ 매우 느린 속도, 풍부하게.

‘안단테(76-108)’ 걸어가듯이, 적당히 느리게.

‘모데라토(108-120)’ 적당한, 온전한.

‘알레그로(120-168)’ 조금 빠르게, 활발하게.

‘프레스토(168-200)’ 아주 빠르게.

‘프레스티시모(208)’ 가능한 가장 빠르게.


(최근우)


엄밀히 말씀드리면 지금 제 삶의 운율은 가능한 가장 빠른 프레스티시모라고 생각해요.


(서촌의봄)


현실은요?


(최근우)


어제도 새벽 4시에 자고. 아침에 눈 뜨면 24시간이 계속 뭔가 흘러가요. 그런데 이 박자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거로 생각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 사이사이에서도 사진을 계속 찍습니다. 서촌을 찍고, 일상을 찍고, 기록물이 계속 쌓이죠. 이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거든요. 양이 너무 많고, 다 건드려봐야 되니까. 근데 제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한 번도 지치거나 후회되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서촌의봄)


현재 삶의 비트는 프레스티시모인데, 영원히 혹은 미래에도 프레스티시모만 희망하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최근우)



(서촌의봄)


여건이 갖추어지면 미래의 언젠가는 이 속도로 살고 싶다 하는 게 있을 수 있잖아요?


(최근우)


꿈이 평생 사진을 하는 거거든요. 그러려면은 잘해야 하더라고요. 지금 주어진 일을 잘해야 하고, 스튜디오를 성장시켜야 하죠. 자발적으로 프레스티시모로 가는 것은 점차 제 삶의 템포를 낮추기 위한 게 크고요. 나중에는 제가 가진 영향으로 선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했던 책 작업처럼, 서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도 해보고 싶고요.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그런 삶을 좀 살아보고 싶은데, 지금은 프레스티시모를 자발적으로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


(서촌의봄)


기질상 여건이 갖추어져도 라르고나 요런 건 너무 지루할 거 같아서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최근우)


어 그렇죠. 나중에 나이가 들더라도 이것저것 찾아다닐 것 같긴 합니다.


(서촌의봄)


그때도 예를 들어 모데라토나 알레그로 정도?


(최근우)


그때가 되면 안단테 혹은 모데라토로 살고 싶어요.


(서촌의봄)


안단테? 아 안단테도 좀 느리게라는 의미가 있네요.


(최근우)


이렇게 살 것 같아요. 점차 느려지는 거로. 나이가 많이 들어 현역에 있기보다는 이바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느린 템포로 세상을 좀 관조하고 필요한 작업을 통해서 세상의..


(서촌의봄)


지금 듣고 지금 생각이 난 건데,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오프비트라서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우)


어 맞습니다 (웃음) 정확합니다.


(서촌의봄)


네 번째 질문입니다.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답변해 주세요.


(최근우)


우와! 저 이거 처음이에요 (웃음)


(서촌의봄)


뭐가요?


(최근우)


이 질문 해주신 거 처음이에요. 저는 수도 없이 이걸 얘기하는데


(서촌의봄)



(최근우)


오프비트, 엇박, 비트는 추상적인 질문이잖아요? 다들 처음 들어보는 질문인데. 이 추상적인 질문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막 튀어나오잖아요? 그걸 하고 나서 삶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서 '키워드'라는 질문을 만들어 놓은 거예요.

촬영하기 전에, 아 그렇구나,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도전입니다. 가령 이렇게 나와요.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게 박자와 엇박의 대화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저는 이 질문에 답변하자면 ‘항해’라고 하겠습니다.


(서촌의봄)


혹시 해군을 나왔나요?


(최근우)


저 공군


(서촌의봄)


네 (웃음)


(최근우)


공군 나왔는데 왜 항해를 꼽았냐면요. 혹시 원피스라는 만화 들어보셨어요?


(서촌의봄)


네 원피스 알아요. 보기도 했어요.


(최근우)


제가 원피스를 좋아해서. 원피스에서 캐릭터들이 각자 삶의 항해를 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가지잖아요? 해적왕이 되겠다, 뭘 하고 싶다, 이런 게 있는데. 살다 보니까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가 각자의 목표가 있어요.

세상을 항해하는 것처럼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제 목표는 사진을 평생 하겠다는 삶의 항해를 하는 것 같아요. 난파가 되고, 파도가 세게 치기도 하고, 어렵고 힘든 순간을 겪지만, 항해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항해라고 꼽아봤습니다.


(서촌의봄)


네 알겠습니다. 큰 네 번째 질문 들어가겠습니다.



 


■ 최근우에 대하여




(서촌의봄)


큰 네 번째 질문은 오프비트 스튜디오나, 사진작가로서 어떤 것보다는 최근우 개인에 관한 질문입니다.


(최근우)



(서촌의봄)


이름의 뜻이 ‘가까운 벗’으로 해석되는데 맞나요?


(최근우)


가까운 벗은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너무 좋고요. 저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근데 제 이름은 뿌리 근에 비 우를 쓰고 있고요.


(서촌의봄)


아 가까운 벗이 아닌가요? 제가 오해했네요 (웃음)


(최근우)


(웃음)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벗이라는 뜻을 좋아해요.


(서촌의봄)


뿌리 근에?


(최근우)


뿌리 근에 비 우의 뜻은요, 뿌리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뿌리는 썩고 죽잖아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뿌리는 썩습니다. 그래서 삶의 정도, 정수를 말씀하신 것 같고. 뿌리의 깊이가 적셔지듯 근본을 알고 바르게 커라는 뜻이래요.


(서촌의봄)


네 알겠습니다. 이번 질문은 삶의 모토에 관해서입니다. 이해가 덜 가는데, 사전 인터뷰에서 ‘이타심’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자유로운 삶과, 남을 도와주는 마음이나 생활을 의미하는 이타적인 거랑, 양립이 안 될 것도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근우)


최대 고민인데요. 저는 이타심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지금 프레스티시모로 살고 있다고 봐 요. 이상향이 자유롭게 사람들을 돕는 삶인데, 그러려면 제게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온전히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타심만 발휘한다면, 배우자가 될 사람, 직원, 스튜디오에는 피해가 될 수 있죠. 원하는 만큼 선물을 주려면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서촌의봄)


음..


(최근우)


이타심을 발휘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게, 그만큼 간절히 사진을 잘하고 싶다는 말과 똑같고요. 노력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그 과정에서, 결과론적인 게 사람들을 향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간절함도 들어가 있는 거고. 그래서 이러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 때, 제가 하는 사진 일들이 선한 마음과 이타심이라는 것을 놓지 않고 변질되고 싶지 않아서도 큽니다.


(서촌의봄)


..


(최근우)


사진을 찍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가 아니고, 사진을 찍어서 이런 거를 많이 도울 수 있는 만큼 돈을 벌고 싶다 인 거죠. 돈을 벌고, 사진을 하고, 스튜디오를 하는 이유도, 아직 부족하지만 이타심의 일환이거든요. 예를 들어 이웃 주민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하고 싶은 그런 마음인 거죠.

근데 저희도 공짜로 하기에는 어려워요. 아티스트분한테 돈도 드려야 하고 저희도 품이 들어가니까. 작은 액수지만 받고 있지만. 그런 것들도 나중에 저희가 더 많은 걸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 이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분들하고 더 좋은 일들을 하고 싶은 게 크죠.


(서촌의봄)


사진 관련 질문과도 연관되는데 사전 인터뷰에서 파악하기로, 본인이 설계한 학생설계 전공인 ‘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대학교 학위를 받으셨어요. 어릴 때부터의 꿈은 기자가 되는 것이었죠? 사진작가로 방향을 전환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근우에게 사진이 갖는 의미와도 연관된 질문인 것 같네요.


(최근우)


이타심이란 키워드가 직업을 택할 때 제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너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나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 답변이 있고. 나는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 답변이 있어요. 어 다르고 아 다르듯이 같은 맥락이지만 좀 다른 의미인 것 같거든요.

기자를 꿈꿨던 이유가 있어요. 비교적 어릴 때부터 기자 준비를 쭉 해왔어요. 기자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뭔가 생각을 해보니까. 세상에 꼭 전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거를 내가 일선에서 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컸던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였는데


(서촌의봄)



(최근우)


기자 준비를 하며 뭘 깨닫게 됐냐면, 기자는 원치 않아도 비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해요.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조차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 수 있거든요. 옳지 않은 거를 바로 잡는 일이니까.

근데 저한테는 그것보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제가 도울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


(서촌의봄)



(최근우)


기자라는 일을 준비해 놓고 내려놨을 때, 저한테는 삶에서 이타심이란 키워드가 중요했는데, 사진이라는 게 이 세상에서 이타심을 발휘하기가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 수단이란 걸 깨달았어요.


(서촌의봄)


왜 그런가요?



(최근우)


이 책(서강해, 그리고 기억해)을 보여드릴 때도 그랬지만.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그냥 학교가 좋고, 학교 친구들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이거를 친구들이 좋아해 줬고, 나중에 졸업할 때 보니까 이만큼 쌓여서, 학교에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은 한 차이가 있다면, 예를 들어 제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에요. 서촌이 좋아서 서촌을 그려요. 그림을 동네에 나눠주기 시작합니다. 주민들, 상인들에게. 좋아하실 것 같긴 해요. 근데 한편으로는 수고스러웠을 텐데, 이거 재룟값 들 텐데, 이런 생각이 들 것 같거든요.


(서촌의봄)



(최근우)


사진은 그게 덜해요. 비교적 자유로워요. 어 동네 예쁘게 찍었다, 여기에 뭐 담겨있네? 어 인왕산 예쁘게 찍었다, 뭐 담겨있네!

아니면 가게 사장님을 찍어드려요. 저를 잘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 되거든요. 사진은 하나의 프레임 안에 주인공이 우선입니다. 제가 무언가를 찍은 거죠. 제가 인왕산을 찍었고, 동네를 찍었고, 예를 들어 영광통닭 사장님을 찍었어요. 그 사람, 그 피사체가 시공간에 같이 있었고, 사진 찍히는 걸 허락해줬기 때문에 그게 나온 거거든요.


(서촌의봄)


그렇군요.


(최근우)


사진은 이타적일 수 있는 게, 모든 결과물을 만드는 행위에 너와 내가 있어요 무조건. 우리라는 것을 빼놓고 사진을 찍을 수가 없거든요.


(서촌의봄)


사진이 이타심을 발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모든 질문이 약간씩 연관되는데요. 큰 네 번째 질문은 여기서 정리하고요. 큰 다섯 번째 질문으로 들어갈게요.



 


■ 미래




(서촌의봄)


사전 인터뷰에서 사진과 관련한 바람 중 메시지가 간절한 사람의 사진을 맡아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얘기하셨어요.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대통령 전담 사진사를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대통령 전담 사진사 얘기는 바로 다음 질문에 있으니까, 그것을 제외하고 사진과 관련한 미래의 바람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혹시 말씀 안 하신 것 중에서 소개해주실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최근우)


이타심이랑 좀 이어지는 맥락이기도 해요. 어쨌든 사진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까, 대가를 받고 저도 삶을 영위해야지 더 좋은 작업을 해드릴 수 있는 거는 본질적인 건데.

어떤 분들에게 소임을 다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메시지가 간절하고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나 삶의 목적이 뚜렷해서 거기에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그런 일들에 이바지가 되는 사진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일을 하면서도 이타심을 같이 발휘할 수 있는 일들이기도 하잖아요?


(서촌의봄)



(최근우)


그런 사람들은 누구일까? 생각해봤을 때. 선한 일을 하는 사업가, 작가, 좋은 정치인, 이런 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사진과 관련된 미래의 바램은 그러한 사람들이 저를 기꺼이 동료로 받아들여 주고, 제가 하는 방식에 동해서 저를 써 주기를 바랍니다.

저도 깊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고, 이 마음을 계속 실천하는 삶을 살아서, 사진을 하는 방향이 한 방향으로 우직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작업을 하지만, 바라건대 제가 하는 작업이 사람들에게 선한 사진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죠.

함께하고 있는 브랜드나,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 저희가 전개하는 여러 활동들에서 인간적인 마음과 선한 영향 이런 것들을 다 조금씩은 녹여내는 걸 추구하고 있어요.



(서촌의봄)


네 다음 질문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백악관 상황실 구석에 있는 대통령의 사진과, 흑인 아이의 키 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여 자신의 곱슬머리를 만지게 해준 대통령의 사진입니다. 두 사진 공통으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바마가 작전을 수행하는 실무자가 현장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곱슬머리 흑인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유명한 사진이 됩니다. 만약 대통령 전담 사진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요? 혹시 제가 질문에서 언급한 두 사진을 보셨나요?


(최근우)


네. 그 사진을 포함해서 오바마의 유명한 사진들이 많아요. 미셀 여사한테 우산 씌어주는 것도 있고. 제니터라고 하나요? 집사에게 수고했다, 이런 장면들도 있는데. 바로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찍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사진의 본질에 가까이 와 닿은 것을 실천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찍어야 하는 순간과, 그렇지 않고 잠시 기다려야 되는 순간이 늘 있더라고요.


(서촌의봄)


..


(최근우)


어떤 순간이 있어요. 잘 찍기 위해 달려가서 그 순간에 개입하고 찍는 때도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의 본질을 포착하는 거는 불가능해져요. 왜냐하면 그 순간이 나로 인해서 깨졌으니까.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면 그 순간을 읽어낼 수 있다고 봐요.


(서촌의봄)


그렇군요.


(최근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삶의 맥락을 바라볼 때 문장을 글로 쓰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글이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사진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데. 대통령이 아니라, 현장의 중심에 있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휴머니즘적인 마음을 가진 사진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봐요.

사진사가 오바마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이렇게 찍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요. 이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사진의 본질, 역사적인 관점에서 내가 갖는 소임,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이런 모든 것들에 주관이 뚜렷하다는 말이거든요. 그리고 그 주관은 선해요. 저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서촌의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진 얘기를 지금까지 많이 했으니까요. 사진을 제외하고 개인적인 미래의 바람이 혹시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최근우)


이 인터뷰를 하면서 제 삶은 이런 결이라고 보여드렸잖아요? 이런 삶의 결을 실천하는 곳이 서촌입니다.


(서촌의봄)